헤밍웨이
매 분기, 나는 열정에 기름 붓기 다이어리를 산다. 지난 해 처음 산 다이어리의 주인공은 헤밍웨이였다. 나는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의 저자인 것만 알았다. 헤르만 헤세는 알아도 헤밍웨이는 알지 못했다. 그 파란 다이어리 안에 헤밍웨이의 사진과 글이 있었다.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때, 나는 쿠바에 주목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의 쿠바 여행기도 생각이 났다. 직항으로는 가지 못하는 그곳. 현대 문명과는 동떨어진 그곳. 그래서 가고 싶었다. 더운데 에어컨이 없는 쿠바, 아바나.
봉사를 하며 알게 된 언니와 여행 얘기를 했다. 언니는 쿠바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던 누군가가 왜 쿠바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우리는 동시에 헤밍웨이라 외쳤다. 하지만 이어 돌아온 무슨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노인과 바다도 읽지 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늘 항상 들고 다니던 언니도 읽지 않았다는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긴 했다.
올 겨울에는 여행을 갈 수 있다. 그래서 목적지는 정하지 않은 채 그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헤밍웨이의 책을 읽기로 했다. 지난 주 도서관에 가 노인과 바다 양장본을 빌려왔다. 민음사의 책을 빌리고 싶었지만 양장본이 있어 빌렸다. 하지만 잘못 빌린 것 같다. 글씨가 큰, 쉬운 번역본인 것 같다. 그래도 읽어 볼 것이다. 지난날 나는 한국 문학에 빠져 거의 한국 현대 문학만 읽어왔는데 이제부터는 해외 문학도 골고루 읽어볼 계획이다. 그러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도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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