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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 집순이 체험기 집에만 있는 건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 지친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전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밖에 잘 나가지 않았던 적이 있긴 한데, 지금은 내 의지보다는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 때문에 나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뉴스특보와 재난문자 덕분에 과한 공포심까지 든다. 다행히 집 주변에 확진자는 없지만, 이미 동네 분위기는 팍 식어버렸다. 거리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있고, 실내 공간에서 누구하나 기침을 하면 모두가 경계하는 눈치다. 처음 며칠은 계속해서 TV 뉴스를 틀어뒀는데 요즘은 아침, 저녁 한 번씩만 뉴스를 확인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집 안에서까지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 습관 만들기 사실 이렇게 집에 있을 기회도 별로 없다. .. 더보기
1. 여행 마지막 날 – 아쉬운 이유 1. 여행 마지막 날 – 아쉬운 이유 여행 마지막 날이면 집에 돌아가기 싫다. 나는 모든 여행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여행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관계없다. 다만 같이 간 일행이 먼저 돌아간 후 혼자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숙소도 옮겨야 하고, 대화도 없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너무 무섭다. 여행이 아쉬운 이유는 여행은 우리의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엔 내가 평소 하지 못한 체험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다. 일상이면 좋을 법한 것들을 ‘현실적인 이유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즐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일상이 아니기에 그 시간이 매우 짧다. 더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여행이 나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보기
<20191115> 그냥 요즘 그냥 요즘 1. 미국 전부터 미국에 가보고 싶었다. 동부에 먼저 가보고 이후에 서부에 가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큰 도시, 정말 ‘큰’ 도시에 살아보고 싶다. 모든 문화와 학문의 중심인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인 곳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껴보고 싶다. 영어를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나라이고 (영어는 원래 영국이 그 중심이지만), 온갖 사람이 다 모이는 나라이지 않은가? 2~3년 안에는 갈 기회가 생길 것 같은데 상상해보자면……. 타임스퀘어, 소호 같은 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해볼 것 같다. 센트럴 파크에 가서 누워서 단편 소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서 밀러나 오 헨리를 읽으면 되겠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많은 사람이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살아가.. 더보기
여행, 사진, 고민 여행과 사진 내게 모든 사진은 삶의 모든 순간의 흔적이다. 이불에 감싸여 목도 가누지 못하던 그때부터, 어제 만난 친구와의 그때까지. 사진 속엔 그때의 내가 있다. 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 순간에 있는 게 아니어서 사진은 저 앞에서 나를 기록한다. 그래서 가끔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저 그런 사진이 나온다. 그보다 아무것도 아닌 사진이 남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곳을 배경으로 내가 나오는 사진이 그때의 기억을 대신한다. 가장 즐겁게 사진을 찍는 순간은 여행 중이다. 솔직히 여행 중 사진을 찍는 일은 재미있기도 하고 안 찍기엔 아쉬워서 의무적으로 하게 된다. 여행을 다녀와 사진을 보며 그 기억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 더보기
<20180904> 티비를 보며 보내는 여름 휴가 이상하게 밤에는 티비가 보고 싶다. 특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건 아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티비가 보고 싶다. 내가 열 두세살 적, 우리가족은 강원도 고성으로 휴가를 갔었다. 친한 가족의 본가가 해변에 있어 매년 그곳으로 여름휴가를 가곤 했다. 늦은 저녁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밤바다도 보고 하나 둘 잠들던 시간이었다. 그날 밤도 어쩐지 티비가 보고 싶었다. 평소에 잘 깨어있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덥지 않았다. 커다란 창문을 모두 열어두니 약간은 써늘한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불쾌하지 않은 여름밤이었다. 소파에 기대어 기분이 좋았다. 그날 처음으로 김정은의 초콜릿을 보게 되었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더.. 더보기
<20180506> 계절-1. 봄 벚꽃이 전부 떨어졌다. 사실 나는 분홍색, 흰색 꽃이 길게 이어진 거리보다는 푸릇푸릇한 이파리가 무성한 거리를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겨울이 아닌 따뜻한 계절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1. 봄의 존재 얼마 전 군 입대를 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는데 그 지역에는 봄이 없는 것 같다고 그곳에 살았던 내게 물어보라 했단다. 친구가 생각보다 일찍 알아채서 놀랐다. 나는 봄을 아주 좋아하는데 봄을 오래 느껴본 적이 없다. 가을 옷은 사도 봄옷은 잘 사지 않았다. 아니 살 필요가 거의 없었다. 4월까지 계속 애매하게 춥다가 어린이날부터 여름옷을 입으면 되는데 봄옷을 언제 입는단 말인가. 남들은 초겨울에 입는 얇은 울 코트를 봄에 입을 수 있으니 그것은 봄이 아닌 것이다. 2. 봄비 내가 좋아하는 비가 그친.. 더보기
잡문 1. 할 일이 없을 때 이상하게 우리의 삶은 굉장히 바쁜데도 할 일이 없는 순간이 생긴다.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이상하게 또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짜증날 정도로 바쁘고 할 일이 많다. 시간을 게임처럼 중간 저장을 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정도로. 나는 그런 시간에 의문이 생긴다. 과연 나만 이렇게 한가한 건지, 다른 사람도 나처럼 한가한 건지. 그렇게 한가한 시간엔 만날 사람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할 일이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1. 할 일이 없을 때 내가 하는 일? 처음엔 영화나 티비도 보고 책도 읽는다. 그러다가 금방 흥미를 읽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괜히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뿐 의무감이 없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그런 .. 더보기
<20180128> 하트도넛의 추억 -던킨도넛 하트모양(사랑에 빠진 하트) 도넛부터 애플파이까지. 나에겐 던킨도넛에 대한 추억이 많다. 물론 빵 자체를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긴 한데, 던킨도넛은 빵의 맛보다도 그 모양을 좋아한다. 던킨에 대한 나의 사랑이 어느정도였냐면 나의 부모님이 던킨 지점 운영을 위해 던킨 본사에 전화한 정도, 딱 그 정도이다. (그게 개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 당시 근처엔 던킨 지점이 없었지만 우리 가족은 매주 다른 지역으로 외출을 해서 먹고 싶을 때 먹을 순 있었다. 그 때 해피 포인트를 모았다면 포인트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6살에서 9살까지 던킨의 하트모양 도넛을 좋아했다. 핑크색 초콜릿을 입힌 도넛 안에는 바바리안 크림과 딸기 쨈이 양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그 .. 더보기
<20180102> 지브리 대박람회- 하늘을 나는 기계? 20171227 지브리 대박람회 (사진을 직접 찍어왔지만 엉망임.) 오랜만의 전시회였다. 솔직히 크게 가고 싶진 않았고 친구의 제안에 따랐을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영상으로 완성된 지브리 영화는 재미있게 봤지만 그 세계관에 관심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본 지브리 영화를 생각해보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반딧불의 묘 정도이다. 그걸 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나마 히사이시 조가 함께한 지브리 음악은 좋아하지만 그런 박람회에선 그림 위주의 전시가 대부분임을 알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간 전시였기에 줄서서 긴 설명을 읽진 않았다. 모두 각자의 감상 방법이 있지 않은가. 나는 외화를 볼 땐 제목의 번역과 그들 문화의 관점 등에 초점을.. 더보기
<20171217> 겨울 냄새1- 향기로 남은 기억 나는 추위를 많이 타지만 겨울이 싫지 않다. 여름처럼 땀이 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쓰이는 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더 많이 겹쳐 입을 수 있다. 다만 눈이 와서 원하는 신발을 신지 못할 때도 있지만 부츠같이 겨울에만 신을 수 있는 신발도 많아서 괜찮다. 목도리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자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엔 향수를 뿌려도 불쾌하지 않다. 나야 향수를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타인을 위해 여름엔 가벼운 코롱을 뿌리거나 아예 뿌리지 않는 편이다.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 무거운 향수를 뿌리면 나 스스로가 짜증나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엔 지나가는 사람마다 스치는 코트의 향수는 너무나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코트에 오랜 시간 배인 것 같은 깊은 향수는 그 사람의 온도를 느끼게 해준다. 많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