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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두려움은 익숙한 것들의 결핍 -신철규 시인의 심장보다 높이를 읽고- 우리 주변의 것들은 언제나 익숙하다. 내가 태어나 의식을 갖게 된 순간부터 당연히 내 주변에 있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두려움을 느끼고 위기의식을 느낀다. 우리 삶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천둥번개가 언제나 두렵다. 그렇게 정전이 된 날도 수없이 많지만 당연한 전기에 기대어 살아왔기에, 당연한 빛에 기대어 살아왔기에 두렵다. 더욱이 욕실 안에서 정전이 된 순간엔 밖에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두려움은 배가 된다. 우리의 신체는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순환하고 작용한다. 그것 또한 태어나던 순간, 어쩌면 그 이전부터 당연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멈추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익숙한 것.. 더보기
<20180506> 계절-1. 봄 벚꽃이 전부 떨어졌다. 사실 나는 분홍색, 흰색 꽃이 길게 이어진 거리보다는 푸릇푸릇한 이파리가 무성한 거리를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겨울이 아닌 따뜻한 계절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1. 봄의 존재 얼마 전 군 입대를 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는데 그 지역에는 봄이 없는 것 같다고 그곳에 살았던 내게 물어보라 했단다. 친구가 생각보다 일찍 알아채서 놀랐다. 나는 봄을 아주 좋아하는데 봄을 오래 느껴본 적이 없다. 가을 옷은 사도 봄옷은 잘 사지 않았다. 아니 살 필요가 거의 없었다. 4월까지 계속 애매하게 춥다가 어린이날부터 여름옷을 입으면 되는데 봄옷을 언제 입는단 말인가. 남들은 초겨울에 입는 얇은 울 코트를 봄에 입을 수 있으니 그것은 봄이 아닌 것이다. 2. 봄비 내가 좋아하는 비가 그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