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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80506> 계절-1. 봄

 



 벚꽃이 전부 떨어졌다.


 사실 나는 분홍색, 흰색 꽃이 길게 이어진 거리보다는 푸릇푸릇한 이파리가 무성한 거리를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겨울이 아닌 따뜻한 계절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1. 봄의 존재


 얼마 전 군 입대를 한 친구의 소식을 들었는데 그 지역에는 봄이 없는 것 같다고 그곳에 살았던 내게 물어보라 했단다. 친구가 생각보다 일찍 알아채서 놀랐다. 나는 봄을 아주 좋아하는데 봄을 오래 느껴본 적이 없다. 가을 옷은 사도 봄옷은 잘 사지 않았다. 아니 살 필요가 거의 없었다. 4월까지 계속 애매하게 춥다가 어린이날부터 여름옷을 입으면 되는데 봄옷을 언제 입는단 말인가. 남들은 초겨울에 입는 얇은 울 코트를 봄에 입을 수 있으니 그것은 봄이 아닌 것이다.



2. 봄비

 

 내가 좋아하는 비가 그친 풍경은 요즘 같은 봄에 많이 볼 수 있다. 따사로운 햇볕 때문에 나는 그것을 여름의 풍경이라 믿어왔지만 꽃샘추위 없는 이런 봄이 그 풍경의 주인이었다. 여름엔 너무 습해서 그 풍경을 상상해 밖에 나가면 습식 사우나 같은 기분만 느낄 뿐이다. 지금도 창밖을 내다보면 안개가 살짝 서린 촉촉한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밖에 나가면 약간 촉촉하면서 서늘하기 때문에 비에 젖어도 되는 얇은 겉옷을 걸쳐야 한다.

알 수 없는 이 기분이 좋아 나는 비 오는 날이면 빗소리를 녹음하고 괜히 글을 쓴다. 최근에는 비 오는 날 듣고 싶은 음악을 모아 새로운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여름에는 듣기만 해도 뽀송뽀송해지는 음악을 들었다면, 이런 비 오는 날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어울리면서 소음이 생기지 않는, 동시에 기분이 너무 우울해지지는 않는 그런 음악을 듣는다. 직접적으로 비나 우산에 관련된 노래도 많다.

 

3.

 

 초등학생 때 봄이라는 주제로 시를 써서 지역 어린이 신문에 낸 적이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글을 썼는데 이상하게 시는 잘 쓰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왠지 그때는 시상이 떠오르면서 무언가 써내고 말았다. 별 내용은 없었고 그저 봄에 대한 내 느낌을 썼다. 그 신문, 나의 시 부분을 스크랩해서 잘 보이는 곳에 보관했었는데. 이사하면서 그 신문은 없어졌다.






(사진은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