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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

지금 내가 있는 곳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20200928] 공원에서 우쿨렐레 가을이 되면 강풍을 맞으며 야외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연주가 발표 같은 건 아니고, 내 친구a랑 수행평가 준비로 학교 근처 공원에서 연습한 것이다. 나는 우쿨렐레 친구는 기타. 나름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고 공원에 갔지만, 그 때는 이미 여름에 가까운 가을은 아니고 겨울을 앞둔 가을이었다. 겨울은 아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머리카락도 휘날리고 악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악보가 날아가서 뭘 할 수가 없다. 바람이 강해서 춥기도 했다. 그래도 연습을 하긴 했다. 수행평가 결과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 이후로 가끔 그 날을 그리워했다. 친구도 그 후 몇 번인가 그 때 생각난다고 하더라. 별로 한 건 없지만 꽤 멋진 .. 더보기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 집순이 체험기 집에만 있는 건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 지친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전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밖에 잘 나가지 않았던 적이 있긴 한데, 지금은 내 의지보다는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 때문에 나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뉴스특보와 재난문자 덕분에 과한 공포심까지 든다. 다행히 집 주변에 확진자는 없지만, 이미 동네 분위기는 팍 식어버렸다. 거리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있고, 실내 공간에서 누구하나 기침을 하면 모두가 경계하는 눈치다. 처음 며칠은 계속해서 TV 뉴스를 틀어뒀는데 요즘은 아침, 저녁 한 번씩만 뉴스를 확인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집 안에서까지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 습관 만들기 사실 이렇게 집에 있을 기회도 별로 없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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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마지막 날 – 아쉬운 이유 1. 여행 마지막 날 – 아쉬운 이유 여행 마지막 날이면 집에 돌아가기 싫다. 나는 모든 여행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여행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관계없다. 다만 같이 간 일행이 먼저 돌아간 후 혼자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숙소도 옮겨야 하고, 대화도 없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너무 무섭다. 여행이 아쉬운 이유는 여행은 우리의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엔 내가 평소 하지 못한 체험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다. 일상이면 좋을 법한 것들을 ‘현실적인 이유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즐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일상이 아니기에 그 시간이 매우 짧다. 더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여행이 나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보기
<20191115> 그냥 요즘 그냥 요즘 1. 미국 전부터 미국에 가보고 싶었다. 동부에 먼저 가보고 이후에 서부에 가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큰 도시, 정말 ‘큰’ 도시에 살아보고 싶다. 모든 문화와 학문의 중심인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인 곳에서 말이다. 그곳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껴보고 싶다. 영어를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나라이고 (영어는 원래 영국이 그 중심이지만), 온갖 사람이 다 모이는 나라이지 않은가? 2~3년 안에는 갈 기회가 생길 것 같은데 상상해보자면……. 타임스퀘어, 소호 같은 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해볼 것 같다. 센트럴 파크에 가서 누워서 단편 소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서 밀러나 오 헨리를 읽으면 되겠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많은 사람이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살아가.. 더보기
좋아하는 것 1 : 케즈 (Keds) 어글리 슈즈가 운동화 시장을 정복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10년 전 조던 류의 하이탑은 부피가 커서 그렇지 디자인 자체는 예뻤다. 하지만 어글리 슈즈는 이름부터 충분히 예쁘지 않다. 아무리 어글리 슈즈가 유행해도 나는 발과 밀착되는 작고 가벼운 신발을 좋아했다. 컨버스 마저도 내게는 충분히 무겁고 큰 신발이었다. 물론 하이 로우 할 것 없이 다양한 색상의 컨버스를 즐겨 신기는 했다. 5년 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케즈였다. 특히 챔피온. 날렵한 바디에 얇은 끈을 서너 번만 끼우면 되는 간단한 신발이다. 나의 첫 케즈는 테일러 스위프트 콜라보 제품이다. 맑은 빨간 배경에 자잘한 흰꽃 무늬. 그리고 경쾌한 줄무늬 리본. 테일러의 귀여운 기타 초크도 달려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17살 생일 선물이.. 더보기
여행, 사진, 고민 여행과 사진 내게 모든 사진은 삶의 모든 순간의 흔적이다. 이불에 감싸여 목도 가누지 못하던 그때부터, 어제 만난 친구와의 그때까지. 사진 속엔 그때의 내가 있다. 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 순간에 있는 게 아니어서 사진은 저 앞에서 나를 기록한다. 그래서 가끔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저 그런 사진이 나온다. 그보다 아무것도 아닌 사진이 남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곳을 배경으로 내가 나오는 사진이 그때의 기억을 대신한다. 가장 즐겁게 사진을 찍는 순간은 여행 중이다. 솔직히 여행 중 사진을 찍는 일은 재미있기도 하고 안 찍기엔 아쉬워서 의무적으로 하게 된다. 여행을 다녀와 사진을 보며 그 기억에 행복해하기도 하고 .. 더보기
<20180912> 여행의 생각 여행은 쉽다. 계획을 짜고 떠나면 된다. 사실 계획도 별로 필요없다. 목적지만 있으면 된다. 여행지와 나만 있으면 된다. 일상은 계속해서 반복되지만 그 반복도 너무나 바빠서 반복되고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가 잠깐의 여유, 그 틈에 반복됨을 알아채면 그 일상이 너무도 따분해진다. 오랜만에 가는 여행은 더더욱 즐겁다. 지루하고 가끔은 우울하다가도 여행을 하는 동안은 모든 걸 잊는다. 낯선 공기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 그 곳에서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것만으로 내가 달라지는 것 같다. 모든 기억은 순간, 장면이다. 여행을 가면 새로운 장면이 추가되는 것이다. 영화로 따지면 매일 반복되는 삶의 장면은 한 번만 등장하고 대부분 편집된다. 하지만 여행을 간 새로운 풍경은 편집되지 .. 더보기
<20180904> 티비를 보며 보내는 여름 휴가 이상하게 밤에는 티비가 보고 싶다. 특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건 아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티비가 보고 싶다. 내가 열 두세살 적, 우리가족은 강원도 고성으로 휴가를 갔었다. 친한 가족의 본가가 해변에 있어 매년 그곳으로 여름휴가를 가곤 했다. 늦은 저녁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밤바다도 보고 하나 둘 잠들던 시간이었다. 그날 밤도 어쩐지 티비가 보고 싶었다. 평소에 잘 깨어있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여행의 설렘 때문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덥지 않았다. 커다란 창문을 모두 열어두니 약간은 써늘한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불쾌하지 않은 여름밤이었다. 소파에 기대어 기분이 좋았다. 그날 처음으로 김정은의 초콜릿을 보게 되었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