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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20170606> 두려움은 익숙한 것들의 결핍 -신철규 시인의 심장보다 높이를 읽고- 우리 주변의 것들은 언제나 익숙하다. 내가 태어나 의식을 갖게 된 순간부터 당연히 내 주변에 있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두려움을 느끼고 위기의식을 느낀다. 우리 삶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천둥번개가 언제나 두렵다. 그렇게 정전이 된 날도 수없이 많지만 당연한 전기에 기대어 살아왔기에, 당연한 빛에 기대어 살아왔기에 두렵다. 더욱이 욕실 안에서 정전이 된 순간엔 밖에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두려움은 배가 된다. 우리의 신체는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순환하고 작용한다. 그것 또한 태어나던 순간, 어쩌면 그 이전부터 당연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멈추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익숙한 것.. 더보기
<20160703> 눈과 눈이 만나는 그 순간을 - 한강,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부당한 대우에 도전하는 것.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나 선뜻 나서긴 힘든 일이다. 나도 억울한 상황에서 꼭 내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하였으나 실제로 나서본 적은 별로 없다. 임선배는 자신이 일하던 언론사의 기사 삭제 사건에 대항하는 시위로, 경주언니는 여성 직원의 결혼에 퇴직을 요구하는 회사에 출근투쟁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부당한 대우에 도전하였다. 임선배의 경우 가족의 생계를 희생하였지만 결국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새로운 언론사를 세우면서 부당함을 꺾어냈다. 그러나 경주언니는 부당함을 알지만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눈치 보는 동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이직하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부당한 대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더보기
<20170823> 비오는 날 생각나는 소설-풍금이 있던 자리 비오는 날 생각나는 소설 고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푼 소설 문제는 단번에 입시가 끝나고 읽고 싶은 책 순위 첫 번째를 바꿔버렸다. 소설의 일부였기에 너무나 궁금했고 밋밋한 일상 속 자극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매일 풀이한 대부분의 소설이 기존 작품의 반복이었기에 새로운 소설은 내 일상의 새로운 자극이었다. 여름도 아니고 겨울에 가까운 가을,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창밖엔 소나기가 그친 회녹색 풍경이 그려졌다. 그 풍경을 보기 위해 비오는 날마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비오는 풍경이라 하면 여름인데도 차갑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그것을 덮은 회색 천장뿐이었다. 그날만큼은 학교 앞 테니스장에 불이 켜지며 공이 튀는 소리가 탕탕 났다. 그런 내가 3년 만에 처음 느낀 비오는 여름, 비가 그친.. 더보기
<20150502>-어떤 열쇠//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 일본속의 한국을 찾는 열쇠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우리는 어떤 시대의 책과 생활용품을 비롯한 유물들을 발견하면서 한 시대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우리는 그 흔적들을 발견한 이후 조심히 그들을 꺼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리하고 보존한다.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잦은 침략으로 많은 유물이 훼손, 유실되었다. 그래도 그 유물들의 존재가 다시 확인되어 복원되고 발견될 때 다시 또 몰랐던, 새로운 역사가 증언된다. 아주 가끔, 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주, 우리 곁에 항상, 당연히 존재하던 유물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지난 2008년 숭례문에 화재가 발생했다. 한양으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500년 넘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지키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