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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고/21세기

<20170508> 아마도 지나간 봄방학_once again(여름방학)-NCT 127



 

한 여름 소나기 앞 우린

이 비를 피할 빈틈 없이 젖어 들어가

...

한 여름 태양 앞에 우린

이 빛을 피할 그늘 없이 마주 서 있어


 

 


    고3때는 매주 대치동 학원에 다녔다. 여름방학 즈음부터. 기숙학교에서 대치 사거리까지 가기 위해 학교에서 터미널까지 택시를 탄다. 이후 동서울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2호선 삼성역에서 내려 또 다시 버스를 타 대치동 현대아파트에서 내리는 3시간에 가까운 여행을 해야 했다. 3시간이라 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5시간의 수업을 위해 6시간의 이동과 기타 소요시간으로 하루를 포기해야 했다.


 숨 막히는 일요일.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각종 종교단체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약 100m은 잠깐이지만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코엑스 아티움에는 늘 SM엔터테인먼트 가수의 앨범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선 그들의 노래가 나온다. 피아노 분수를 바라보며 듣는 그 노래에 마음이 잠깐이나마 시원하게 느껴졌다. 몸에는 땀이 흐르지만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해지면서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았다.


 겨우 19살이던 내게 마지막 여름방학은 언제였을까 싶었다. 친구와 캠핑을 갔던 12일은 여름 방학이었을까. 아님 친구들과 튜브 들고 수영장에 가던 그 때는 여름방학이었을까. 7,8월이 여름방학이라고 기억이 조작돼있기만 할 뿐 마지막 여름방학이 기억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나고 침대에 누워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찔끔하는 날이 많았다. 수능 이후 며칠을 아침이면 불안해했고 수학 인강을 듣기도 했다. 모든 것이 끝났지만 마음에 방학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권태가 시작되었다. 1월에 잠깐 저녁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 시간뿐이었다. 정시 지원을 하면서도 모든 것에 권태로움을 느꼈다. 2월에 갈 여행에 가끔은 설렜지만 그 어느 날도 각성할 수는 없었다. 책 한 권 읽기도 싫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꺼낼 수 없었다. 남들에겐 괜찮은 척하지만 가슴이 먹먹하고 20살을 미루고만 싶었다. 잠에 들기 전 자신에 대한 원망에 눈물이 흘렀고 눈물을 멈추기 위해 좋아하는 아이돌을 찾고 드라마를 찾았다. 그것도 오래 못가 영화를 보기도 했고 책도 읽어보고 코미디 프로그램도 봤다. 어느 날은 공부가 하고 싶어 수학책도 펴보았다. 스마트폰 게임도 해보고 일기도 써봤다. 내 모든 감각이 퇴화된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답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비슷한 시기 다른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고 같은 이유로 답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친구에게 답하고 싶어졌고 나의 근황이 필요했다. 목욕을 하고 화장을 했다. 주소지를 옮기고 새 여권을 찾으러 갔다. 코엑스 앞을 걸을 때처럼 음악을 들었고 동네를 한 바퀴 더 돌아보았다. 아직 부족했다. 외식을 핑계로 외출을 했고 등산도 갔다. 책도 사고 책상도 정리했다. 지역 도서관 행사에도 가보고 책도 읽었다. 엄마는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었고 나는 친구들에 연락에 답할 수 없었다며 공부의 시작을 예고했다.


 이 6개월은 아마도 내 삶의 첫 봄방학인 것이다. 입학 전, 새 학기 전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기간. 돈도 많이 못 벌고 여행도 많이 못 갔고, 영화도 많이 못 봤다. 아직 가고 싶은 공연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 하지만 짧지만 짧지 않은 봄 방학 동안 생각은 많이 했다. 여기서 멈추기엔 그동안이 너무 아깝고 억울했다. 진짜 하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던 것들을 만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 친구에게 답도 해야 한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언제 올까 아직은 모른다. 숨 막히는 그 삶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20, 20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젠 개학해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사진 출처: 네이버 뮤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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