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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비슷한 옷만 사는 것 같은 기분

매번 비슷한 옷만 사는 것 같은 기분

10년 째 같은 모습의 나

 

 내 기준에서, 내 옷장엔 정말 다양한 옷이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 옷장엔 똑같은 옷만 많은가보다. 비슷한 옷이 많은 건 사실이나, 내가 보기엔 다른 스타일의 옷도 많다. 중학생 즈음부터 좋아하는 스타일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좋아하는 옷이라면 비슷한 것을 주기별로 또 사기는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지금 아니면 이런 걸 또 언제 입어보냐는 생각으로 나름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나보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많기는 하다. 줄무늬 티, 단화, 데님, 옥스퍼드 셔츠, 면티, 카디건, 볼캡 정도? 이렇게 놓고 보면 기본 아이템이라 별 거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줄무늬 티는 모두 같은 색깔이면서 줄의 굵기나 원단의 재질, 길이가 다르다. 나머지는 거의 같은 소재에 같은 디자인, 다른 색깔이다. 브랜드도 거의 같거나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알러지 때문에 면 소재를 좋아하기도 하고, 굳이 그런 핑계가 아니더라도 그냥 그 느낌에는 저런 게 필요하다. 덕분에 친구들은 내 옷장을 볼 때마다 황당해 한다. 옷을 몇 개 꺼내 놓고 뭐를 입을지 고민하는데, 알고 보니 줄무늬만 5장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또 하루는 여행 짐을 싸는데 전부 허여멀건한 옷만 쌓아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의 결심을 하고 친구의 잔소리도 들어가며 바뀐 상태다. 검정색 옷도 사고, 골드 액세서리를 사기도 한다. 옷이라는 게 하나만 다른 걸 산다고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그 핑계로 다른 걸 더 사기도 한다. 그리고 또 스스로 자발적인 변화가 있다면, 소재감이 느껴지는 옷을 사기 시작했다. (코튼)을 너무 좋아해서 니트도 면으로 된 니트만 좋아했는데, 밋밋한 디자인에 소재감이 드러나는 옷이 좋아졌다. 수건 같은 테리, 벨벳, 스웨이드 등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다. 항상 밝고 가벼운 봄여름 옷만 좋아했는데, 새로운 겨울만의 재미를 찾았다.

 

 점점 내가 크면서 타인을 보며 그의 장점이나 단점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타인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 싶었고, 단점을 보면서는 나는 어떤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도 사람이 바뀌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나이기 때문에 사람이 바뀔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평생 살아오며 굳은 자신을 바꾸는 일 자체가 어렵다. 그렇지만 그걸 바꾸려는 노력은 할 수 있으니까 바꿔보려고 하는 것이다. 수십 년, 어쩌면 백년 넘게 살지도 모르는데 다르게도 살아보며 더 좋은 것을 찾아보기도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항상 쳇바퀴 도는 것처럼 똑같이 사는 나의 일상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분명있다. 그때마다 어쩔 수 없는 주변 환경을 탓하기보다, 내 자신이 스스로 바꾸는 것이 내가 찾은 일상을 재미있게 살아갈 방법이다. 그렇게 옷과 같이 외적인 부분부터 내면적인 부분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