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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731> 밤에 써지는 글은 믿지 말라고?- 친구들과 하던 얘기

밤에 써지는 글은 믿지 말라고?

 

    친구들은 늘 말했다. 밤에는 편지 같은 글 쓰면 안 된다고. 괜히 감성에 젖어 오글거리는 흑역사만 남는단다. 그런데 밤에만 글이 술술 써져서 큰일이란다. 비슷한 상황으론 밤에 슬픈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괜히 안하던 얘기를 하게 되고 감성적으로 변한다 등이 있었다.


    나도 어떤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일단 밤엔 글을 쓰기가 싫다. 그래서 써지지도 않는다. 무거운 눈꺼풀에 안 그래도 작은 눈이 떠지지 않고 손에는 힘이 안 들어간다. 글의 짜임도 이상해진다. 그렇다고 밤에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은 힘들지 않다. 대신 나는 밤에 배가 고파도 식욕을 크게 느끼지 않고 먹고 싶어도 먹지 않는 편이다. 아마 당이 부족한 게 밤에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리고 나 자체가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절대 없고 감정몰이와 감정낭비를 굉장히 싫어한다. 미디어의 감성 팔이, 감성몰이는 상업적인 것이란 생각이 들어 오히려 냉담해진다. 일반적으로 감성적이라고 느끼는 감정인 슬픔에 특히 그렇다. 차라리 내 주변과 내 자신의 현실적인 아픔이 더 슬프면 더 슬프고 아픈데 그것에 눈물을 흘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돈 내고 소비하는 영화에서 이 장면에서 울어! 하고 유도하는 느낌이 싫다고 했던 친구에 말에 충격이 컸다. 그리고 슬픈 감정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소비하기 싫고.) 대신 즐거운 장면에 더 많이 웃고 내 기준의 감동이라는 느낌에 엄청난 가슴 떨림을 느낀다. 이런 내게 너는 감정이 너무 메말랐다고 안타깝다는 친구도 있었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도 했다. 눈물로 표현되는 슬픔만이 감정인 건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

     

     밤에는, 새벽엔 감성적이어서 오글거리는 글이 나온다. ‘내가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서공감하지 않는 것이다. 나도 때로 어떤 감정에 우울하고 슬플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글을 쓰지 않는다. 그냥 그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무작위로 재생한 채 생각하다가 잠들 뿐. 나는 밤에 감성적이어서 쓰는 글보다는 화가 나서 분노의 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 분노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짜임과 상관없이 마구 써낸다. 그 글은 슬프게도 거의 쓸모가 없고. 그래도 나중에 보면 재미는 있다.


     내겐 화가 날 때 쓰는 글은 믿지 말라고가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얘기를 잘 하지 않지만 친구에게 얘기하면 맞아. 그러지 마라는 말을 듣겠지만. 언제 한 번 너무 감성적이어서 읽을 수 없는 글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