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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803> 어제도 영화를 봤지만

 

    -영화에 대한 생각 여러가지


      어제는 VOD로 영화를 보는데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대립군과 라이프. 아빠는 라이프를 선택했다. 리모컨이 아빠에게 있어 어쩔 수 없이 라이프를 봤다. 여기서 아빠와 나의 영화적 취향이 갈리는데, 아빠는 액션, SF물을 좋아한다. 반면 나는 역사물과 범죄/스릴러, 코미디 등을 좋아한다. 할리우드 SF물은 보는 순간에는 웅장한 영상미에 즐거운 것 같다가도 끝나면 남는 게 없어 공허해진다. (내게 남는 감상은 AMERICA IS THE BEST! 이런 느낌.) 내가 느끼기엔 스토리가 없다. 아빠도 그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우주와 같은 소재를 좋아해서 할리우드 SF물을 즐기는 것이다. 라이프 같은 경우에는 SF물인 동시에 스릴러여서 새로운 느낌이라 다행이었다.


     할리우드 SF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찝찝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괜히 더 리뷰도 찾아보고 영화 잡지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게 자본의 힘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평점이다. 내가 말하는 자본의 힘이란 돈으로 사람을 매수해서 높은 평점이 나왔다는 뜻은 아니고, 웅장한 컴퓨터 그래픽이 과연 이런 이야기를 메꿀 정도인가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 내 질문은 이러하다.


질문 1. 외계 생명체가 무조건 공격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영화에서 외계 생명체의 출현엔 공격을 한다. 그것이 영화 전반부이건 후반부이건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겐 고도의 무기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정복한다는 생각인건가? 우리 인간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나 마찬가지이다. 뇌가 발달하여 고도의 사고를 하고 언어와 기록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까지 한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에겐 그런 접근을 하지 않는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의 동물들처럼 단순한 먹이를 위해 우주를 헤엄쳐왔다면 우리가 사는 방식대로 그들을 공격하는 게 당연한 순서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없는 이상한 비행물체를 타고 의도적으로 지구에 찾아올 정도라면 그들도 인간정도, 인간 이상의 고등 생명체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서로의 의도를 파악해 합의점을 찾는 게 더 나은 방안일 것이다. 그들이라고 공격할 무기, 방책이 없겠는가? 침입자인 만큼 그들의 전략이 있을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강점인 언어와 감정 등으로 다가가는 게 손실이 적을 것이다. 그들이 선제공격을 하거나 정복을 하려한다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이만큼 더워지기 전 컨택트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엔 공격하려는 인간, 소통하려는 인간 모두 존재했다. 외계 생명체의 소리를 언어로 인식한 군장교가 있었기에 루이스라는 언어학자가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모르는 사람과도 소통하는데 외계 생명체라고 못할 건 없지 않았을까?)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은 도움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니 공격했다면 인간을 그저 힘이 세고 기발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동물로 인식해 지구를 떠났을 것이다. 또한 인간은 헵타포드 언어를 통해 미래를 내어다보는 새로운 접근법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2. 외계 생명체는 일부러 미국에 가는 것일까.


     외계인은 미국의 기술력과 영향력 등을 알고 미국에 가는 것일까, 아님 우연히 떨어졌는데 미국인 것일까? 미국에서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에 미국에 가는 것이 내용상 우연성을 위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했는데, 아님 지구에 오긴 했는데 아무데나 대충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그 때는 당연히 미국이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 할지 궁금하다. 물론 언제나 그랬든 미국은 갈 것이고 지금 상황으로는 여러 국가가 나서 그 일을 차지하려 할 것 같다. (그 많은 국가 중 미국, 러시아, 중국은 영토가 넓어서 그들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만약 인공위성에도 추적되지 않은 채 어느 조용한 나라에, 부족에게 떨어진다면 그들만의 문명을 만들고 새로운 세상이 되어 새로운 강대국으로 급부상하면 어떨까? 절대 권력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혼자 상상만 해야겠다.

 

     그 외에도 한국인 또는 일본인 박사의 고정 출연, 이해할 수 없는 위기상황 대처 방식 (예를 들어 라이프에서 캘빈을 절단하거나 물리적인 힘으로 제압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 왜 한 명만 살아남는지, 그 한 사람의 결심으로 전 인류를 구하는 것 등 질문이 생긴다. 영화를 볼 때마다 원하는 전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설정이겠거니 현실적인 힘의 논리에 맞춘다느니 합리화하기는 한다. 요즘엔 한국영화도 획일적인 소재와 이야기 전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 나름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영화나 그렇지 않은 영화나 똑같은 값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만큼 문화의 소비자를 위한 변화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대중이 바뀌는 만큼 제작자도 변화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제작자는 원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부터 감독, 투자자 등 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이다.) 언젠가는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새로운 영화가 그런 흥미를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를 봐도 기대만 못할 때가 많고 영화를 보려해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별로 없던 참에 어떤 영화 칼럼을 읽었고, 그에 공감해 푸념 좀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