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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1217> 겨울 냄새1- 향기로 남은 기억

 

 

     나는 추위를 많이 타지만 겨울이 싫지 않다. 여름처럼 땀이 나지 않으니 크게 신경 쓰이는 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더 많이 겹쳐 입을 수 있다다만 눈이 와서 원하는 신발을 신지 못할 때도 있지만 부츠같이 겨울에만 신을 수 있는 신발도 많아서 괜찮다목도리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 모자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겨울엔 향수를 뿌려도 불쾌하지 않다. 나야 향수를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타인을 위해 여름엔 가벼운 코롱을 뿌리거나 아예 뿌리지 않는 편이다.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 무거운 향수를 뿌리면 나 스스로가 짜증나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엔 지나가는 사람마다 스치는 코트의 향수는 너무나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코트에 오랜 시간 배인 것 같은 깊은 향수는 그 사람의 온도를 느끼게 해준다. 많은 그림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시각보다는 가끔 새로운 향에 반응하는 후각이 예민한 까닭이다.

     

     내가 이렇게 겨울 향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어릴 적 행복한 기억이 향으로 남아있고 겨울의 향수가 강렬했나보다. 엄마와 아빠의 겨울 외투를 보면 그 향수가 생각나고 그 향수의 색깔이 떠오른다. 핑크색 랄프로렌 향수와 엄마의 트위드 코트, 노란색 버버리 향수와 아빠의 가죽 점퍼. 가끔 안방 옷장을 열어 그 향기를 느끼고 가족과 함께 외출하며 새로 생길 기억에 기대한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처럼 행복한 주요 기억이 노란 구슬로 남아있다면 그 구슬엔 향기가 배어나올 것이다. 그 향기는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는 나의 냄새, 향기를 모른다. 여름에는 땀이 나서 더욱 냄새에 집착하지만 겨울에는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다. 그래서 겨울만큼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떤 향기로 기억해주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행복한 기억을 향기로 기억하듯 나를 그렇게 기억해주면 좋겠다.



(사진 출처 https://weheartit.com/aft3rimag3s/collections/102162432-violet-aesthetic?page=2&before=208805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