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모양(사랑에 빠진 하트) 도넛부터 애플파이까지. 나에겐 던킨도넛에 대한 추억이 많다. 물론 빵 자체를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긴 한데, 던킨도넛은 빵의 맛보다도 그 모양을 좋아한다.
던킨에 대한 나의 사랑이 어느정도였냐면 나의 부모님이 던킨 지점 운영을 위해 던킨 본사에 전화한 정도, 딱 그 정도이다. (그게 개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 당시 근처엔 던킨 지점이 없었지만 우리 가족은 매주 다른 지역으로 외출을 해서 먹고 싶을 때 먹을 순 있었다. 그 때 해피 포인트를 모았다면 포인트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6살에서 9살까지 던킨의 하트모양 도넛을 좋아했다. 핑크색 초콜릿을 입힌 도넛 안에는 바바리안 크림과 딸기 쨈이 양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본 적 없는 그 도넛이 그때는 어찌 그리 맛있던지 먹고 체한적도 있었고, 삼촌이 하트의 <3에서 3부분만 먹어서 울기도 했었다.
먼 치킨 컵이 있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그 컵을 쟁탈해야 한다. 그걸 사야 고민 없이 모든 도넛을 조금 씩 먹어볼 수 있다. 허니후리터는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야 한다. 우리 엄마는 십 몇 년 째 던킨에 갈 때마다 허니후리터와 찹쌀허니스틱을 꼭 사온다. 각종 필링 도넛 중에서 뉴욕크림치즈는 나온 지 3년 정도 밖에 안 된 도넛인데 바바리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넛이다.
전문 베이커리보다는 빵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모든 매장에서 균일한 맛으로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도넛이 기본 이상 간다. 나는 매 시즌 새로 나오는 도넛을 기다리는 게 너무 좋다. 망고 도넛이 나왔을 때는 정말 매주 두 개씩 사놓고 먹곤 했었다. 그때 만약 매일 나갈 수 있었다면 매일 아침 식사는 던킨의 망고 도넛이었을 것이다. (던킨 도넛은 그날 사서 먹는 게 가장 맛있지만 나는 약간 산화된 빵도 좋아한다)
몇 년 전 던킨이 커피사업에 뛰어들었단 기사를 보며 ‘그래 커피와 도넛을 함께 먹으면 좋지’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던킨이 도넛사업을 포기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소식은 미국 매장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남일 같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던킨은 당연히 도넛을 먹으러 가는 건데 없어지면 안 된다고 말하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다. 던킨의 일반 도넛부터 뉴욕파이도넛, 스쿨, 레드벨벳까지 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괜히 불안하고 그렇다. 나는 던킨 도넛의 본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지만 ‘던킨 도넛을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던킨도넛에 대해 기록해보았다.
'오늘의 기록 > 조금은 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506> 계절-1. 봄 (2) | 2018.05.06 |
---|---|
잡문 1. 할 일이 없을 때 (4) | 2018.03.10 |
<20180102> 지브리 대박람회- 하늘을 나는 기계? (5) | 2018.01.02 |
<20171217> 겨울 냄새1- 향기로 남은 기억 (3) | 2017.12.17 |
<20171120> 눈에 대한 이야기- 첫 눈 (3) | 2017.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