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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709>-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다 읽기 전에)




지역 도서관에 가 책을 몇 권 빌렸다. 날씨가 더워 빠른 걸음으로 갔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읽을 책들이다.


1. 호출-김영하


     아빠가 알뜰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 아빠는 한 과학자의 말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면 나는 김영하라는 작가에 시선이 갔다. 내가 상상하던 작가 김영하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분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읽은 책도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나는 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책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마뱀이라는 단편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어쩌면 지금 와서 이해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이 책은 좀 더 나중에 읽었다면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도 과거의 내가 읽었다면 후회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후회가 아니라 이해도 못했을 것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파울로 코엘료의 11,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등이 그랬다.) 미래 내가 기억할 수 있다면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2. 공터에서-김훈


     나는 문장이 좋은 작가도 있고 내용전달, 표현이 좋은 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훈이라는 작가는 우리나라 최고 문장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칼의 노래의 꽃은 피었다라는 문장은 읽은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고등학교 때 그의 글을 좋아함을 넘어 사랑하다시피 했는데 언젠가 그와 같은 일을 했던 분이 그의 얘기를 해주었다. 다른 말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때 나는 그 정도 깡이 있어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그의 글을 처음 읽던 그 순간부터 나의 우상이었다. 그의 글, 그에 관한 글, 그에 관한 얘기 모두 신비하다. 너덜너덜한 칼의 노래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고 여름 방학 내내 읽어서 장기 연체가 되었던 기억, 빨래비 500원짜리 몇 개 밖에 없던 때 억지로 돈을 모아 라면을 끓이며를 샀던 기억 전부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올 초 신작 공터에서를 반디앤루니스에 갔을 때 본 것도 같은데 잊은 나, 그 이후에도 몰랐던 내가 원망스럽다.

 

3. 2016 이상 문학상 작품집 (천국의 문-김경욱)


     내가 책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작가다. 기준이 없던 내게 특별한 방법이 없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읽고 있다. 어떤 작가가 궁금해지면 도서관에 가 그의 작품을 연달아 읽으며 작품관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그리고 어떤 작가에 대해 알게 되는 방법 중 하나가 각종 문학상 작품집이다. 특히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좋아하는데 순수문학 중에서 내가 접근하기 가장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어떤 방향성이나 기준이 없었기에 왜 이 작품이 가치가 있는지(객관적으로),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이 글을 쓴 작가는 누구인지가 전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처음에 김숨의 뿌리이야기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이후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를 읽었는데 처음 느끼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침묵의 미래는 텍스트, 또는 언어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을 심어주었고 이후 문학을 대하는 느낌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뿌리 이야기도 다시 읽었고 연도별로 찾아 읽게 되었다.

 

 

4. 트렌트 코리아 2017

     사실 너무 늦었다. 지난해 오프라인 서점에 갈 때마다 사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지 못했다. 그리고 2017년이 절반이 지나 도서관에서 찾게 되었다. 나는 비교적 최근 읽기 시작했지만 뭐나 매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대통령 탄핵 이전에 나온 책이라 그에 대한 얘기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에 대해 나는 언제나 답답했다. 이론으로 배운 사상이고 상식이고 지금 내가 속한 이 사회에선 왜곡되어있는 것만 같다. 정치라는 것은 이념보단 이익과 가까운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확신이 되어갔고 여러 가지 인식, 의식 등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먼 주변 어른에게 과거 당신의 어려움을 현재에 보상받고자 함이 당신의 자녀, 그 이후 후손에게 커다란 짐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해도 젊은 네가 뭘 아냐, 기성세대가 무조건 틀렸다고 반항하지 말라는 반박을 들어야 했다. 또 누군가는 자신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세상은 그들만의 세상이라 바뀌지 않는다고 단념했다. 그런 생각을 만나며 미래 내가 나아갈 사회를 부정하고 싶었다. 막상 나도 내 차례가 오면 아닌 척 모른 척 하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원래 당연한 것인데 상식이 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언젠가 이런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트렌드 코리아 2017라는 책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고 책을 빌리며 든 나의 생각이다.

 

 

5. 알랭 드 보통의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예술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가볍게 시작하고 싶었다. 꾸준히 그림을 좀 보고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