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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204> 면접-조금만 천천히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면접은 10회 미만. 교류학생 선발부터 오늘의 봉사자 선발까지. 학생부 종합 전형에 지원하지 않았기에 10회가 안 되는 것 같다. 그 중 오늘 본 면접은 평창 올림픽 봉사자 선발에 관한 면접이었다. 지역 광역 면접장은 너무 멀기에 서울에 있는 면접장을 선택하였다. 명찰을 받고 나의 대기실로 갔다. 나는 일찍 온 편이라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나중엔 자리가 부족해졌다. 내 옆에 앉은 한 남자는 전혀 긴장을 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대기시간동안 볼 책조차 가져오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소속 없이?

 

 그동안의 면접은 00학교의 학생으로, 00지역의 학생으로 본 면접이었다. 그러나 이번 면접은 어디의 누가 아닌 그냥 로 본 면접이었다. 처음으로 내가 가진 지역성을 비롯한 여러 배경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큰 욕심 없이 간 면접이기에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은근한 경쟁심

 

 욕심이 없었더라도 경쟁자가 생기면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와 동갑인 한 야학생과 함께 면접을 보았다. 언뜻 보아도 키도 크고 날씬했고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예뻤다. 그 학생이 먼저 들어갔고 어쩐지 그 친구에게 시선이 쏠리는 느낌이 있었다. 순간 실력으로 이겨야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면접에 실력으로 작용할 것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경험 아닌 경험

 

 내가 후공이 되었기에 상대의 답변을 들으며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가진 것은 없지만 잘 봐주세요 식의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외국어를 비롯해 봉사경험 등 생각보다 할 말이 많았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교훈아래 교육을 받아왔기에 국제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적절했던 것 같다. 면접이 있는 전형에 지원을 해 면접을 준비했었더라면,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해봤더라도, 좀 더 좋은 답변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경쟁심이 결국엔

 

 같이 면접을 본 그 친구.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그 친구의 빠른 걸음에서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고개의 각도나 발걸음 소리가 그랬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입시 면접 때 면접불패, 면접 퀸(?)이라 불리던 나였는데.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나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생각에 흥분 아닌 흥분을 했고 사실을 말할 때도 과장된 어투로 말하거나 하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나는 결코 이겼다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분위기가 그랬다는 것이다.) 이런 면접에서 상대평가식 이기고 지고를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그 덕분에 적극적으로 답변을 했지만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는 것이다.



   면접이 끝나고 먼저 면접을 치룬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와 함께 들어간 사람은 프리랜서 영어회화 강사라고 한다. 나와 함께 들어간 사람이 나와 같은 나이의 여학생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잘 본 면접이 아니기에 기록하지 않을까 하다가 재미있는 상황이 많았기에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다시 그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준비도 좀 하고 화장도 좀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