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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525> 여름-이번에도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봄이 느껴진다. 긴팔을 입자니 약간 덥고, 또 반팔만 입자니 서늘하다. 나의 기대와 달리 봄은 항상 봄이 아니었다. 봄인 것 같아 봄옷을 입으니 꽃샘추위라고 아직 추웠다. 추위가 가신 것 같아 다시 봄옷을 입으니 봄은 이미 지나고 여름 아닌 여름이 되어있었다.


 

   

     홍조가 있고 땀이 많은 나는 무더위가 싫었다. 뽀송한 옷을 입고 상쾌한 향수를 뿌리고 외출을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루가 이미 다 끝난 느낌이다. 3 때는 집에 돌아와 인근 도서관에 다녔는데, 도서관이 여는 시간엔 이미 햇볕이 뜨거웠고 빈 열람실에서 가장 시원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공부하곤 했다.


     한 여름이 되면 이른 아침도 늦은 저녁에도 더 이상 시원하지 않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늦게 부는 바람은 시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 고민 끝에 도서관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아니나 다를까 덥고 습한 바람이 분다. 태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다. 조금 후회를 하며 ‘COOL’이라는 뻔한 이름의 재생 목록을 임의재생하며 집으로 간다. 집까지 가는데 노래는 3곡 정도면 충분하다. 그 중에서도 몇몇 빼고는 전주만으로 충분히 덥고 끈적끈적하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COOL안에서도 TOO COOL FOR SUMMER정도로 충분히 시원한 노래를 고른다. 음색이 시원하고 멜로디가 시원하고 리듬이 시원한, 모든 것이 시원한 노래를 고른다. COOL이라고 고른 노래도 왜 이리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건지 잠깐 들을 노래하나 고르기도 어렵다. 혹여 아이튠즈에서 동기화를 잘못하는 날에는 수백 개 중에서 다시 COOL을 구성해야한다.


     아무리 여름이 더워도 내 상상 속의 여름은 언제나 뜨겁고 깨끗한 햇살에 알록달록하고 진한 색감에 뒤덮여 있다. 어떤 계절도 내 그림과 일치한 적은 없지만 겨울이 되면 이런 여름을 기다리고, 여름이 돌아오면 또 겨울을 그린다. 그러니 올해 여름도 겨울을 그리며 여름 나름의 뜨거움을 느껴야 한다. 벌써 겁이 나지만 이미 기온은 30도에 가까워지고 말았다



(사진 출처: 개인 소장 사진, 할아버지 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