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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0203> 졸업-안녕 나의 양구

 오늘로 12년 공교육과정을 끝마쳤다. 고등학생이 되며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하고 싶지 않았다.



수단적 목표


 목표를 세우지 못해 졸업하고 싶지 않다니 나에게 고등학교는 그저 2차 목표를 세우기 위한 수단적 단계였던 것인가. 3년간의 기숙생활을 하며 매 순간 친구들과 즐겁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목표를 이뤄 더 좋은 곳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목표는 언제나 최고였고 그보다 못한 것은 진짜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입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며 나는 언제나 그 학교 학생으로 승승장구하고 싶었다. 수단적 목표라는 말이 잔인하지만 언제나 나와 함께했던 것이다. 결국에 나는 또 다른 수단을 통해 진짜 목표를 이뤄야만 하게 되었다.


 

아직도


 첫 배치고사 날 말을 터 모든 걸 함께하던 친구가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입시를 준비했기에 더욱 의지했던 친구. 그러나 제 3자로 인해 어떻게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특별히 둘이 어색해할 이유는 없었다만 그냥 그렇게 되었다. 6개월도 더 지난 오늘,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우리까지 이렇게 될 필요가 있었을까? 우리 없었던 걸로 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 반가운 한편 슬펐다. 왜 그랬을까. 귀찮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나와 여러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친구. 가까운 사이여서 더 조심스러웠다. 다 끝나고 나서야 말할 수 있었다니 아직도 서투른가보다.


 

괜한 걱정


 졸업여행 이후 한 달 반만에 만나는 친구들, 오랜만에 방문한 학교. 괜히 걱정만 했다. 할 말이 없고 데면데면할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방학 때 마다한달 두 달씩 친구들과 떨어져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일 년에 며칠 빼고는 항상 함께한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일출 시각부터 자정너머까지 함께한 친구들이었다. 어색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어색한 사람인 것이다. 다들 너무나 반가웠고 매달 있는 귀가 날만 같았다. 잠깐 못 봤다고 반가워서 손뼉 치다가도 금방 예전처럼 장난치고 떠들기 시작했다.


 

오늘로 끝


 사실상 오늘로 끝이다. 다시 학교에 갈 일도 없을 뿐더러 오늘처럼 한명도 빠짐없이 다 모일 날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교복을 입을 일도,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들을 일도. 수능이 끝나던 날 내 12년이 이렇게 끝난다니 그저 허무하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내가 이 학교 재학생이 아닌 졸업생이므로 이 학교에 소속될 수 없다고 하니 이상하고 내 소속이 어디인가 싶다. 아직도 내 주소지는 학교 기숙사인데.


 

안녕


 대학 다니면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내일도 5시 반에 일어나 급식을 먹고 7시 자습 때 마닳을 풀어야 할 것만 같다. 1교시 시작 전에 커피믹스 한잔을 마시며 스터디 플래너를 써야 할 것만 같다. 또 오늘 풀지 못한 수학문제를 내일도 풀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에 불안해해야 할 것만 같다. 그 때보다 열심히 사는 순간이 올까 싶고 그 때와 같은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더 이상 돌아갈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 힘들었던 지난날도 그 순간이었고 그들과 함께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 그 순간순간이 사진으로 글로 느낌으로 기억의, 또는 추억의 일부로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