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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짧은 이야기

좋아하는 것 1 : 케즈 (Keds)

 어글리 슈즈가 운동화 시장을 정복한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10년 전 조던 류의 하이탑은 부피가 커서 그렇지 디자인 자체는 예뻤다. 하지만 어글리 슈즈는 이름부터 충분히 예쁘지 않다. 아무리 어글리 슈즈가 유행해도 나는 발과 밀착되는 작고 가벼운 신발을 좋아했다. 컨버스 마저도 내게는 충분히 무겁고 큰 신발이었다. 물론 하이 로우 할 것 없이 다양한 색상의 컨버스를 즐겨 신기는 했다. 5년 넘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케즈였다. 특히 챔피온. 날렵한 바디에 얇은 끈을 서너 번만 끼우면 되는 간단한 신발이다.

 나의 첫 케즈는 테일러 스위프트 콜라보 제품이다. 맑은 빨간 배경에 자잘한 흰꽃 무늬. 그리고 경쾌한 줄무늬 리본. 테일러의 귀여운 기타 초크도 달려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17살 생일 선물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수년이 지난 지금도 모셔두고 있다. 세탁소에서 잘못 다뤄준 덕분에 더 이상 신지 못하고 모셔만 두고 있지만.

 케즈는 가볍다. 가볍다기보다 신발 안과 밖의 경계가 거의 없다. 신발이 오늘 입은 옷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케즈의 기본 디자인을 신으면 된다. 엄마가 싫어하는 실내화 같은 흰색은 3월이 되는 순간 바로 사야한다. 그해 가을까지 없어질 정도로 신게 될 것이다. 비 오는 날 빼고!

 케즈를 신은 발과 땅바닥이 만나는 느낌이 좋아서 계속 신다보니, 신발이 조금만 높아져도 기분이 이상하다. 큰 신발은 어떻게 신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발과 신발 밖의 공간까지의 두께감이 어색하다.

 올해는 세탁소가 망가뜨린 오래된 신발의 충격이 커서 구입하지도 못하고 신지도 못했다. 또 다른 케즈를 세탁해야 하지만 무서워서 또 사려고 기회만 보는 중이다. 다시 3월이 되면 바로 케즈부터 살 계획이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지만 내년 첫 번째 계획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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