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강풍을 맞으며 야외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연주가 발표 같은 건 아니고, 내 친구a랑 수행평가 준비로 학교 근처 공원에서 연습한 것이다. 나는 우쿨렐레 친구는 기타. 나름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고 공원에 갔지만, 그 때는 이미 여름에 가까운 가을은 아니고 겨울을 앞둔 가을이었다. 겨울은 아니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머리카락도 휘날리고 악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악보가 날아가서 뭘 할 수가 없다. 바람이 강해서 춥기도 했다. 그래도 연습을 하긴 했다.
수행평가 결과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 이후로 가끔 그 날을 그리워했다. 친구도 그 후 몇 번인가 그 때 생각난다고 하더라. 별로 한 건 없지만 꽤 멋진 추억이고, 지나가 생각해보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올 여름엔 집에 계속 있어야 해서 집에서 우쿨렐레를 많이 쳤다. 비긴어게인을 보다가 나도 어떤 곡이든 잘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날로 우쿨렐레 가방의 먼지를 닦아냈다. 두 달 넘게 연습했지만, 여전히 실력은 늘지 않고 현악기를 한 가지 연주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영상도 여러 번 찍었는데 내가 치면서 들을 때보다도 처참하다. 연주하면서 노래는 무슨 연주도 겨우 한다. 공원에서 연주할 때보다 못 하면 못 하지 잘 하지는 않는다.
우쿨렐레를 산 날로 6년 정도 흘러, 내가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우쿨렐레 하면 떠오르는 제주도 푸른 밤뿐이다. 그 날 뭘 연습했는지는 모르겠고 무슨 동요였던 것 같다. 우쿨렐레는 항상 침대 옆, 내 머리 맡에 있었지만 그 날의 기억은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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