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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1. 여행 마지막 날 – 아쉬운 이유

1. 여행 마지막 날 아쉬운 이유

여행 마지막 날이면 집에 돌아가기 싫다. 나는 모든 여행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여행이 좋았든, 좋지 않았든 관계없다. 다만 같이 간 일행이 먼저 돌아간 후 혼자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숙소도 옮겨야 하고, 대화도 없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너무 무섭다.

 

여행이 아쉬운 이유는 여행은 우리의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엔 내가 평소 하지 못한 체험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다. 일상이면 좋을 법한 것들을 현실적인 이유로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즐길 수는 없다. 그리고 일상이 아니기에 그 시간이 매우 짧다. 더 좋은 공간에서 더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여행이 나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 하던 일이나 공부도 내려놓을 수 있는데 말이다.

 

여행을 2~3일 정도로 짧게 가면 적응할 때 쯤 돌아가야 해서 아쉽고, 4~5일 정도 가니 놀만큼 놀아서 아쉽더라. 그래서 일주일을 가니 여행지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중간에 쉴 수도 있고, 좋았던 곳도 다시 가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을 가도 주변 도시까지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래서 한달살기를 하나보다. 그 놈의 여행이 뭔지 집만 나와도 재밌다. 집이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생활이 즐겁다.

 

한달살기는 가까운 시일에 경험하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한달살기 비슷한 것을 해본 것도 같다. 올림픽으로 공항에서 일하던 때, 공항 근처에서 한달동안 살았으니. 이것도 생각해보면 한달을 살아도 또 아쉽다. 한달을 살려면 생활을 하며 어쨌든 정착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짧은 시간 지낼 때와 달리 생활적인 적응을 해야 하고, 익숙해져서 좀 알겠다 싶으니 떠나야 한다.

 

만약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여행만 다녀도 된다면 그때는 또 여행이 그닥 즐겁지 않을 것 같다. 여행에 시간, 경제적 제약이 없을지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여행은 일종의 일탈인데, 빠져나올 일상적인 무언가가 없다면 그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중고등학생 때는 세계일주 경험담을 보며 항상 세계일주를 꿈꿨다. 1~2년 세계 각 국을 돌아보며 그렇게 세상에 부딪혀보고 싶었다. (여행 마지막 날이 1년 뒤라니!) 지금 당장은 세계일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점 먼 나라로 떠나는 계획을 한다. 아직도 낯선 곳은 두렵지만 또 다시 떠나고 싶다. 그냥 가서 두렵고 싶다. 두려운 것은 낯선 곳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 없이는 여행이 지금처럼 설레지 않을 걸 알아서 계속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