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 집순이 체험기

 

 집에만 있는 건 쉽지 않다. 바쁜 일상에 지친 때가 아니고서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전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밖에 잘 나가지 않았던 적이 있긴 한데, 지금은 내 의지보다는 사회적 분위기나 상황 때문에 나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뉴스특보와 재난문자 덕분에 과한 공포심까지 든다. 다행히 집 주변에 확진자는 없지만, 이미 동네 분위기는 팍 식어버렸다. 거리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있고, 실내 공간에서 누구하나 기침을 하면 모두가 경계하는 눈치다. 처음 며칠은 계속해서 TV 뉴스를 틀어뒀는데 요즘은 아침, 저녁 한 번씩만 뉴스를 확인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집 안에서까지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

 

습관 만들기

사실 이렇게 집에 있을 기회도 별로 없다. 그래서 나름 집에서 잘 살아보기로 했다. 이 시기에 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집에서 공부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선 집에서 매일 습관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나는 다이어리를 매일 쓰고 싶었다. 다이어리만 쓰기엔 하루 중 사건이 별로 없으니까 책도 조금씩 읽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게 또 매일 같은 시간에 하려니 쉽지 않다. 그래서 습관 어플을 찾게 되었다.

아무튼 습관 어플에 다이어리쓰기독서두 가지 습관을 입력했고, 매일 습관알림이 뜬다. 그래서 내 아이폰은 매일 자정엔 책을 펴게 한다. 보라색과 회색으로 매일 체크와 간단한 메모를 하면 되는데 요 며칠 또 안했다. 운동은 홈트레이닝을 하겠다고 추가했지만 안하고 있다. 빨간색인데 성취할 때마다 생기는 알맹이(Dot)는 한 개 뿐이다.

 

나름 잘 살려고 하는 루틴

나름 잘 살기 위한 내 루틴은 대략 이렇다. 실컷 늦잠을 자더라도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 일어나서 씻고 뉴스를 보는데 필요한 소식만 골라본다. 발생현황을 통해 어떤 흐름인지, 해외는 어느 정도 인지 심각한 정도만 확인한다. 그리고 브리핑을 확인한 뒤 다른 프로그램을 틀거나 TV를 끈다. 시리얼이나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코로나 이외 평소처럼 인터넷 기사를 읽어본다.

밖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서 다시 시간을 보낸다. 매일 빼먹지 않고 하는 청소를 꼼꼼하게 하고 나서 이 오후 시간을 어떻게 매일 다르게 보낸다. 마스크를 쓰고 빵을 사러 나가거나 마트에 다녀온다. 집 안에서 우쿨렐레를 꺼내 쳐보기도 하고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서랍 하나씩 비우고 청소하기도 한다. (지금까진 청소에 보낸 시간에 손에 꼽힐 정도로 긴 것도 같다.) 운동도 하고 그러면 좋겠지만 그건 역시 어렵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듯이.

저녁엔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드라마나 예능도 본다. TV는 혼자 보면 그저 그런데 여럿이 보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습관 어플로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한 일을 일정표에 적고, 간단한 일기와 메모를 한다. 습관 어플이 저녁쯤부터 나를 재촉하지만 거의 자기 전에 씻고 화장대에 앉으면서 다이어리를 연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쓸 때도 이렇게 하루를 나열해 본 적은 없다. 항상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일기를 쓰곤 했는데, 지나고 나면 매일 지나간 사소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따라기 어려운 것 같다. 당장 내일이라도 모두가 빨리 나아서 봄처럼 깨어나면 좋겠다.

 

 

 

내가 쓰는 습관 어플

처음엔 Habitify라는 어플을 사용했다. 직관적인 이름에 사용했고, 괜찮으면 유료버전도 결제할 생각이 있었다. 무료버전은 습관 생성 개수 제한도 있는 것 같고, 원하는 사용감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어플을 찾았다. DayStampDotHabit를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직관적이고 단순한 사용감에 DotHabit만 사용하게 되었다. 다른 어플이 나쁜 건 아니지만 내 습관엔 DotHabit이 잘 맞았을 뿐이다.

 

-집에서 잘 지내보려는 휴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