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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조금은 긴 이야기

<20171120> 눈에 대한 이야기- 첫 눈 1. 봄눈 온 날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것 같다. 어김없이 우리 초등학생들은 일기를 써 제출했다. 그해엔 4월까지도 눈이 왔다. 우리 지역은 춥긴 해도 눈은 좀처럼 오지 않는 곳인데도 말이다. 그날따라 선생님은 한 친구의 일기를 읽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도 동의를 했다. 솔직히 의외의 인물이라 뭔가, 했다. 선생님은 00이의 일기 제목이 너무 멋있다고 했다. ‘봄 눈 온 날’.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의 일기가 시작되었고 뭔가 봄 눈 얘기가 나올 때가 되면 다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계속 들었는데, 끝까지 봄 눈 얘기는 없었다. 일기를 다 읽은 선생님은 너무 좋은 제목이라 기대했는데 봄눈 얘기는 왜 없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그 친구는 그저 웃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목 짓기는 참 어렵다.. 더보기
<20170803> 어제도 영화를 봤지만 -영화에 대한 생각 여러가지 어제는 VOD로 영화를 보는데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대립군과 라이프. 아빠는 라이프를 선택했다. 리모컨이 아빠에게 있어 어쩔 수 없이 라이프를 봤다. 여기서 아빠와 나의 영화적 취향이 갈리는데, 아빠는 액션, SF물을 좋아한다. 반면 나는 역사물과 범죄/스릴러, 코미디 등을 좋아한다. 할리우드 SF물은 보는 순간에는 웅장한 영상미에 즐거운 것 같다가도 끝나면 남는 게 없어 공허해진다. (내게 남는 감상은 AMERICA IS THE BEST! 이런 느낌.) 내가 느끼기엔 스토리가 없다. 아빠도 그 점을 아쉬워하면서도 ‘우주’와 같은 소재를 좋아해서 할리우드 SF물을 즐기는 것이다. 라이프 같은 경우에는 SF물인 동시에 스릴러여서 새로운 느낌이라 다행이었다. 할리우드 SF .. 더보기
<20170731> 밤에 써지는 글은 믿지 말라고?- 친구들과 하던 얘기 밤에 써지는 글은 믿지 말라고? 친구들은 늘 말했다. 밤에는 편지 같은 글 쓰면 안 된다고. 괜히 감성에 젖어 오글거리는 흑역사만 남는단다. 그런데 밤에만 글이 술술 써져서 큰일이란다. 비슷한 상황으론 밤에 슬픈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괜히 안하던 얘기를 하게 되고 감성적으로 변한다 등이 있었다. 나도 어떤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일단 밤엔 글을 쓰기가 싫다. 그래서 써지지도 않는다. 무거운 눈꺼풀에 안 그래도 작은 눈이 떠지지 않고 손에는 힘이 안 들어간다. 글의 짜임도 이상해진다. 그렇다고 밤에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노는 것은 힘들지 않다. 대신 나는 밤에 배가 고파도 식욕을 크게 느끼지 않고 먹고 싶어도 먹지 않는 편이다. 아마 당이 부족한 게 밤에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더보기
<20170709>-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다 읽기 전에) 지역 도서관에 가 책을 몇 권 빌렸다. 날씨가 더워 빠른 걸음으로 갔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읽을 책들이다. 1. 호출-김영하 아빠가 알뜰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 아빠는 한 과학자의 말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라면 나는 김영하라는 작가에 시선이 갔다. 내가 상상하던 작가 김영하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분의 책을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읽은 책도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나는 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책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마뱀’이라는 단편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어쩌면 지금 와서 이해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이 책은 좀 더 나중에 읽었다면 싶은 책이 있는데 이 책도 과거의 내가 읽었다면 후회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후회가 아니.. 더보기
<20170616>-나는 왜 부다페스트에 가고 싶어 하는가. 내 방에는 어릴 때 사진이 담긴 액자가 여러 개 놓여있는데 그 뒤엔 안보이게 trip for BUDAPEST라 쓰여 있는 저금통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이유도 모른 채 언젠가부터 부다페스트에 가는 꿈이 있었다. 넓게 보면 체코, 크로아티아를 비롯해 발칸반도 부근 동유럽 전체를 여행하고 싶다는 꿈.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산타가 있다고 믿었기에 핀란드 산타마을에 가는 꿈은 감사의 표시를 위한 것이라 치고. 부다페스트는 왜? 첫 번째 가설: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때문이다. 아니다. 그 영화는 최근에 본 것이고 아직 다 보지도 못했다. 부다페스트에 가고 싶었기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까지 좋아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내 장바구니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OST CD가 담겨있고 블루레이도 입고 시 알.. 더보기
<20170525> 여름-이번에도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봄이 느껴진다. 긴팔을 입자니 약간 덥고, 또 반팔만 입자니 서늘하다. 나의 기대와 달리 봄은 항상 봄이 아니었다. 봄인 것 같아 봄옷을 입으니 꽃샘추위라고 아직 추웠다. 추위가 가신 것 같아 다시 봄옷을 입으니 봄은 이미 지나고 여름 아닌 여름이 되어있었다. 홍조가 있고 땀이 많은 나는 무더위가 싫었다. 뽀송한 옷을 입고 상쾌한 향수를 뿌리고 외출을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루가 이미 다 끝난 느낌이다. 고3 때는 집에 돌아와 인근 도서관에 다녔는데, 도서관이 여는 시간엔 이미 햇볕이 뜨거웠고 빈 열람실에서 가장 시원한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공부하곤 했다. 한 여름이 되면 이른 아침도 늦은 저녁에도 더 이상 시원하지 않다. 그럼에도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늦게 부는 바.. 더보기
<20170204> 면접-조금만 천천히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면접은 10회 미만. 교류학생 선발부터 오늘의 봉사자 선발까지. 학생부 종합 전형에 지원하지 않았기에 10회가 안 되는 것 같다. 그 중 오늘 본 면접은 평창 올림픽 봉사자 선발에 관한 면접이었다. 지역 광역 면접장은 너무 멀기에 서울에 있는 면접장을 선택하였다. 명찰을 받고 나의 대기실로 갔다. 나는 일찍 온 편이라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나중엔 자리가 부족해졌다. 내 옆에 앉은 한 남자는 전혀 긴장을 하지 않은 채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대기시간동안 볼 책조차 가져오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소속 없이? 그동안의 면접은 00학교의 학생으로, 00지역의 학생으로 본 면접이었다. 그러나 이번 면접은 어디의 누가 아닌 그냥 ‘나’로 본 면접이었다. 처.. 더보기
<20170203> 졸업-안녕 나의 양구 오늘로 12년 공교육과정을 끝마쳤다. 고등학생이 되며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졸업하고 싶지 않았다. 수단적 목표 목표를 세우지 못해 졸업하고 싶지 않다니 나에게 고등학교는 그저 2차 목표를 세우기 위한 수단적 단계였던 것인가. 3년간의 기숙생활을 하며 매 순간 친구들과 즐겁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목표를 이뤄 더 좋은 곳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목표는 언제나 최고였고 그보다 못한 것은 진짜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입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며 나는 언제나 그 학교 학생으로 승승장구하고 싶었다. 수단적 목표라는 말이 잔인하지만 언제나 나와 함께했던 것이다. 결국에 나는 또 다른 수단을 통해 진짜 목표를 이뤄야만 하게 되었다. 아직.. 더보기